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윤심' 등에 업고 강서구청장 탈환 나선 김태우

2023.09.23 10:00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본인 때문에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다시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했다. 올해 5월 구청장직을 상실한 이유였던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사면해 줬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 판결은 고작 3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됐고, 삼권분립도 설 자리를 잃었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 곳에 도덕이 존재할 리 없다. 공무상 비밀누설이 공익제보였다는 주장이 옳다손 치더라도, 보궐선거에 막대한 혈세를 쓰게 됐는데도 김 후보자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민심(民心)은 이번에도 윤심(尹心)의 편에 설까.

故 이건희의 남다른 애견...진돗개 순종 찾아 '원산지=한국'에 큰 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남다른 개(犬) 사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인은 가정에서 애견을 보살피는 취미를 넘어 특유의 집념으로 한국의 애견 문화 확산을 위해 애썼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활성화는 물론 국제 사회에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린 것도 그가 남긴 유산이다. 재계에서 이 회장의 애견 사랑 일화는 넘친다. 이 회장은 자전적 에세이 '개를 기르는 마음'에서 6·25 전쟁이 끝났을 무렵 부친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혼자 있다 보니 개가 좋은 친구가 됐다고 회고했다. 1997년 영국의 애견단체인 '프로 도그스 내셔널 채러티'가 애견가에게 수여하는 '레슬리 스콧오디시 메모리얼 상을 받을 만큼 인증받은 애견가다. 이 회장은 진돗개가 세계 3대 견종협회 중 하나인 영국 켄넬클럽에 정식 품종으로 등록되는 데도 힘을 보탰다. 1960년대 당시 세계견종협회는 진돗개가 한국의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돼 있지만 "확실한 순종이 없다"며 품종 등록을 해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진돗개는 세계의 어떤 개에도 뒤지지 않는 끈질긴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진돗개 순종을 직접 찾기로 했다. 1969년 전남 진도군에 내려가 사흘 동안 장터를 다니며 순종이 있다는 집을 수소문해 30마리를 사왔다. 하루 종일 사육사와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를 수소문해 순종을 만들어내려 애썼다. 30마리가 150마리로 늘어날 때쯤 순종 한 쌍이 탄생했고 1979년 국제애견협회 전시회에 진돗개 순종을 첫 출전시켰다. 이후 1982년이 돼서야 국제애견협회에 '진돗개 원산지 한국' 등록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에세이에서 당시 일화를 알리며 "나는 아무리 취미 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취미를 통해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라고 적었다. 이 회장의 집념은 삼성이 사회 공헌을 위한 애견 사업에 힘쓰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1992년 경기 용인시에 애완견 견사를 마련하고 1995년에는 에버랜드 내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2003년 세계 애견 대회에 진돗개를 출품했고 2005년 국제인명구조견협회 심포지엄을 한국에서 열었다. 2005년 영국 켄넬클럽에 진돗개가 정식 품종으로 등록된 이후 진돗개 관련 사업은 진도군으로 넘겼다. 국내 애견 문화 개선을 위한 이 회장의 고민도 깊었다. 1975년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아 진돗개 경연대회를 연 게 대표적이다. 진돗개의 우수성과 보존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보신탕을 먹는 야만 국가'라는 비난이 나오자 국제동물복지기금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직접 만든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 학교 신축 현장 등을 둘러보게 하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려 애썼다고 한다. 1993년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학교도 열었다. 이 회장이 애견 사업에 공들였던 이유는 뭘까. 그는 생전에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국민 정서를 순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킴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죄 없는 동심들이 상처를 입지 않게 해야 한다."

말디니, 토티를 기억하시나요?... 21년 전 '한일월드컵 16강 탈락' 이탈리아 레전드의 방한

21년 전 한국에 패해 '월드컵 16강 탈락'이라는 충격에 빠졌던 이탈리아의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55)와 프란체스코 토티(47)가 한국을 찾았다. 그것도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집으로 돌려보냈던 안정환(47), '철벽 수비'의 최진철(52)이 만나 회포를 풀었다. 이들은 2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브라질·이탈리아 3개국 레전드 올스타전'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만남이 성사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1년 만의 재회다. 네 사람은 2002년 6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치열하게 뛰었다. 막강한 전력의 이탈리아가 승리할 것이란 예측은 당연했다. 하지만 한국은 끈질기게 이탈리아에 맞섰고 1-1 동점을 만들어 결국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토티는 연장 전반 13분 두 번째 옐로카드로 퇴장당했다. 한국은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그 유명한 헤더슛이 성공, 골든골로 승리를 가져왔다. 당시만 해도 골든골 제도가 있어 연장전에서 골이 나오면 즉시 경기가 종료됐다. 말디니와 토티도 이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말디니는 안정환의 골든골 관련 질문을 받고 "월드컵 골이니 당연히 생각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골든골이라 더 기억에 남는 골입니다. 실점하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 내 커리어는 끝났구나'라는 것이었죠. 어차피 이 대회가 끝나면 대표팀에서 은퇴할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뼈아팠고, 스포츠에선 쓰라린 결과도 다 감내해야 하는 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죠." 말디니는 예전 '빗장 수비'의 이탈리아를 대변하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피지컬로 상대 공격수들을 지우던 세계 최고의 전설적인 수비수였다.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말디니는 "한국전은 아픈 기억이지만 그들(한국 대표팀)과 함께 뛴 건 영광이었다. 그 기억이 있기에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엄청난 피지컬로 한국 수비수들을 괴롭혔던 토티도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토티는 "정말 멋진 경기였고 힘든 시합이었다"며 "여기 오신 두 선수 모두 열심히 또 멋지게 뛴 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시 골든볼의 주인공 안정환도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는 두려운 존재였고 세계 최강 팀이었다. 국민들과 하늘의 기운이 우리에게 있어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축구가 그런 것 같아요.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약팀이 강팀을 잡았을 때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게 축구의 매력이죠. 이탈리아를 이긴 건 지금도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에요. 당시 스쿼드를 봤을 때 정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뛰었다는 것만으로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고, 선수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말디니와 토티에게 김민재는 어떤 선수일까. 말디니는 AC밀란에서, 토티는 AS로마에서 활약한 '원 클럽맨'이다. 세리에A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김민재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실제로 말디니는 지난 시즌 김민재의 수비력에 놀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나폴리와 AC밀란의 2022~23시즌 세리에A 7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민재는 상대의 공을 발끝으로 차단해 2-1 승리에 기여했다. 김민재는 당시 AC밀란 측면에서 올라온 공이 브라힘 디아스의 머리로 향하자, 오른발 끝으로 공을 차 막아냈다.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말디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국 김민재는 나폴리를 33년 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독일의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불과 한 시즌 만에 세리에A를 평정하며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아시아선수 출신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도 선정돼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말디니는 김민재를 눈여겨볼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폴리가 정말 이상하게 너무 잘했는데 김민재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체력이나 정확도에 있어서 정말 잘하는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잘하기 힘든 걸 나도 잘 아는데, 이탈리아에서 잘하는 걸 보며 놀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공격수 토티도 김민재를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토티는 "나도 말디니처럼 김민재를 보며 놀랐다. 나폴리가 잘한 것 중 하나가 김민재를 영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토티는 이어 "선수들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빠르게 적응한 것에 놀랐다. 적응하는 실력을 보고 '저 선수는 대단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지금 현재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네 사람은 다음 달 21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레전드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한국 레전드는 안정환 최진철을 비롯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뛴 김남일 이을용 김태영 이운재 등이 함께 뛴다. 이탈리아 레전드는 말디니와 토티 외에도 파비오 칸나바로, 마르코 마테라치, 크리스티안 자카르도, 마시모 오도, 델 피에로 등이 참여한다. 브라질 레전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드, 베베토, 카카 등도 출전한다.

[부고] 정대필(한국언론진흥재단 국장)씨 부인상 외

▲이동주씨 별세·정대필(한국언론진흥재단 국장)씨 부인상·정유진 유리씨 모친상=22일 오후3시5분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4일 오전11시20분 (02)2227-7560 ▲정광례씨 별세·박상호(전 순천시의회 의장) 상영(전남대 교수) 상철(국회입법조사처장) 은하씨 모친상·엄춘희 이영란(순천시의원) 정은영(약사)씨 시모상·안태원(의사)씨 장모상=21일 오후7시34분 정원장례식장 발인 24일 오전10시 (070)4858-0470 ▲송시용씨 별세·부성(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 국장)씨 부친상=22일 오후3시10분 발인 24일 오전10시 (063)274-4444 ▲박정규씨 별세·종일(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운영팀장)씨 부친상=22일 오전10시30분 발인 24일 오전8시30분 쉴낙원인천장례식장 (032)548-1009 ▲김옥녀씨 별세·주현관(평창군청 기획실장)씨 장모상=21일 오전8시15분 평창장례식장 발인 23일 오전8시 (033)339-9033 ▲이종삼씨 별세·이상천(전 제천시장)씨 장인상=22일 오전11시 세종장례식장 발인 24일 오전8시 (043)642-4441 ▲서정호씨 별세·윤창로(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팀장)씨 장인상=22일 오전6시47분 청주참사랑병원 발인 24일 오전6시30분 (043)298-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