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캠프·병원 또 표적 삼는 이스라엘... '죽음의 지대'가 된 안전지대

입력
2023.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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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 자발리아 학교 공습 "80명 사망"
가자 병원 초토화... WHO "대피 촉구"
"가자 민간인들에 '안전한 곳'은 없어"

18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의 나세르 병원에서 의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안고 바삐 이동하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18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의 나세르 병원에서 의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안고 바삐 이동하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또다시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 난민들이 몸을 숨긴 학교가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아 최소 8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가자지구 최대 병원에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까지 대거 피란길에 올랐다. 안전 보장이 마땅한 곳들조차 '죽음의 지대'가 되면서 무고한 희생의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의 알파쿠라 학교를 겨냥해 공습을 가했다. 가자 당국은 최소 8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알파쿠라 학교는 유엔이 난민 캠프를 운영 중인 곳이다. 알자지라는 생존자 증언을 인용해 "알파쿠라 학교에 여성과 어린이의 시신들이 흩어져 있다"며 "이곳에 머물던 난민들은 학교를 (이스라엘군의) 폭력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에도 팔레스타인 최대 난민촌이 있는 자발리아를 공습했고, 당시 사망자는 최소 200명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난민촌 공격은 사실상 전쟁 범죄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거주자들에게 미리 대피를 명령했다"며 이를 정당화했고, 국제사회는 이를 거세게 비난했다. 자발리아 난민촌에 하마스의 기반 시설이 있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2009년과 2014년에도 알파쿠라 학교를 공습한 적이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이 '새벽 급습'을 했던 가자지구 최대 의료 기관인 알시파 병원도 그 이전에 행해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이미 초토화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19일 이 병원을 "죽음의 지대"로 규정하고 전면 대피를 촉구했다. WHO와 유엔은 "알시파 병원 입구에 대규모 무덤이 있다"며 "이곳에 80명 이상이 매장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피란길에 올라, 지금은 120여 명의 부상자 및 소수 의료진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어린이들의 희생이 유독 크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숨진 팔레스타인 아동이 약 5,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등 24개국에 걸친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사망한 어린이를 모두 합친 2,985명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약자들에게까지 포탄을 퍼붓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함에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마틴 그린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처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피란처를 제공하던 학교에서 민간인들이 사망한 건 비극"이라며 "민간인들은 더 이상 이를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 된다"고 썼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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