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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 중학교 시절 교사 스토킹한 20대 '벌금 300만 원'

2023.09.30 12:45

중학교 때 교사에게 '보고 싶다' 등 문자메시지 수십 통을 보낸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2단독(부장 안재훈)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A씨는 2021년 12월 자신이 다녔던 충북 청주시 한 중학교 교사 B(40)씨에게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연락이 닿지 않자 '휴가 나오면 만나달라' 등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A씨는 지난해 3월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B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지우면 '왜 지웠냐'고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사진을 보내달라'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연락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킬 스토킹 행위를 했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만 되면 '잠수' 타는 피고인... 공판 지연의 주된 이유

"수사까지는 얌전히 받다가 기소만 되면 사라져요. 마음 같아선 직접 나가 잡아오고 싶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사기 범행을 일삼던 A씨는 2021년 경찰에 덜미를 잡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던 그는 공시송달(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송달 내용을 게재하는 것) 끝에 징역형이 선고되고 나서야 "재판 진행을 알지 못해 항소도 못했다"며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다. 상소권 회복은 불가피한 사유로 항소나 상고를 못한 경우 법원 결정으로 소멸한 상소권을 살려주는 것이다. 법원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아 A씨를 풀어줬다. 그러나 A씨는 2심 시작과 동시에 또다시 자취를 감췄고, 결국 2심 재판부 역시 공시송달을 거쳐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그제서야 슬그머니 나타나 정해진 수순처럼 '상소권 회복'을 내세우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잡범'에 가까운 A씨의 사기 혐의 재판은 이렇게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관들에게 A씨 사례는 낯설지 않다. 30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장기미제 사건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형사 장기미제 사건(2년 이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의 처리 지연 사유가 '피고인 불출석' 혹은 '형사영구미제'(피고인 도주로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로 분류된 비율은 매년 30% 수준(2020년 31%·2021년 32.8%·2022년 27.1%)에 달했다. 재판에 안 나오는 피고인이 형사 재판 지연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는 얘기다. 대법원 예규상 법원행정처는 해당 장기미제 사건 통계를 매년 관리해오고 있지만, 구체적 분석이 이뤄진 적은 없다. 지연 사유로는 '심리미진'이나 '증거조사 지연' 등 주어진 선택지 대신 개별 사유(기타)를 직접 서술하는 판사들이 매년 3분의 1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피고인 불출석과 소재 불명은 개별 사유로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피고인 증발' 문제는 검찰의 청구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발부하는 구속영장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소 후 재판부가 직권으로 피고인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수(실형 선고로 법정구속된 경우 제외)는 매년 2만2,000~2만3,000건에 이른다. 재판부가 검찰이나 경찰에 사라진 피고인의 소재 탐지를 의뢰할 때도 있지만, 큰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법관들 사이에선 "수사기관이 공소 유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판사들은 이른바 '법 좀 안다'는 피고인들이 형사소송절차를 남용하는 사례도 재판 지연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사이동 등으로 재판부가 바뀔 경우 "이전 재판 녹음을 다시 듣자"고 요구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 전략은 '사법농단' 재판 피고인이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2021년 2월 법원 정기인사 이후 "공판 갱신 절차를 원칙(녹취 재생)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결국 7개월간 법정에서 증인신문 녹취를 들었고, 이 같은 장면은 올해 2월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도 재현됐다. 방어권 행사를 이유로 녹음 재생을 요구하는 전략은 과거 유력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사건 규모와 상관없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게 판사들의 고민이다. 실제 올해 4월 한 현직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의 질의응답 게시판에 "피고인들이 적당한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전임 재판부의 녹음물을 다시 듣고 있다"며 "다른 법원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걸로 아는데, 녹음물이 아닌 녹취서를 인용할 때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글을 올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지연 문제를 법관 노력에만 맡겨두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맡고 있는 한 판사는 "법원 집행관들이 직접 피고인 소재를 찾아올 수 있게 하거나, 형사소송법상 공판갱신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명확히 규정해주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짜 다이아'로 380억 대출 받게 해준 전직 새마을금고 간부 징역형 확정

대부업자가 가짜 다이아몬드를 담보로 약 380억 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한 전직 새마을금고 간부에게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8,000만 원을 선고하고 5,000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14일 확정했다. 검찰은 2020~2021년 대부업자에게 허위·과대 평가된 다이아몬드 감정평가서를 제출해 16개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약 380억 원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한 혐의로 전직 새마을금고 간부 심씨를 기소했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대출상품 설명회를 열거나 지역 금고 측에 대출을 제안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심씨는 금융 브로커로부터 1억3,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 중 일부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 반환했다. 1심 재판부는 심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억2,000만 원,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380억 원대 대출금과 이자가 모두 회수됐고 당시 새마을금고가 새로운 담보대출 방식을 강구하던 상황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8,0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심씨는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기각했다. 그를 통해 380억 원을 대출받은 대부업자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금융 브로커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두 사람은 상고를 포기해 항소심 판결 대로 형이 확정됐다.

야권 "이재명 376회 압수수색" 주장에... 대검, "수사팀 재편 후 36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376회에 달한다는 야권 주장이 계속되자, 대검찰청이 실제 압수수색 횟수가 “총 36회”뿐이라며 반박했다. 대검 반부패부(부장 양석조 검사장)는 30일 “이재명 대표 측의 ‘검찰 376회 압수수색’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 측은 “경찰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무단사용한 혐의로 음식점 100여 곳의 매출전표 등을 제출 받은 것을 검찰 압수수색 100여 회”라면서 “‘대장동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일당과 백현동, 위례 개발비리 피의자들의 개인비리’,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개인비리’까지 모두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포함해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검 측은 “지난해 6월 수사팀을 다시 재편한 이후 개인 비리를 포함한 전체 사건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영장 발부 및 집행 횟수를 확인한 결과, 대장동·위례 10회, 쌍방울 및 대북송금 11회, 변호사비대납 5회, 백현동 5회, 성남FC 5회 등 총 36회”라고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다. “대규모 비리의 실체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게 대검 측 설명이다. 이어 “이 대표의 주거지, 당대표실, 의원실, 의원회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실시한 바 없다”며 “이 대표와 관련된 장소는 종전에 근무했던 도지사실·시장실과 구속된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과 주거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검 측이 이날 밝힌 수치는 야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횟수로 언급한 것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이다. 야권에서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12일 이 대표 수원지검 출석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이 6번째 소환이다. 그리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언론에 보도돼 확인된 압수수색만 376차례 당했다”며 “박근혜 국정농단 때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한 것이 46회였다. 8배가 넘는 숫자”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대선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를 향한 영장심사 전까지 727일 동안 세 개의 청(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성남지청), 70여 명의 검사가 376회 압수수색과 여섯 번의 소환 조사를 벌인 결과가 구속영장 기각이다”라고 같은 내용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 대표 또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20일 페이스북에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 인력 수백 명을 동원해 2년 넘도록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 수색하는 등 탈탈 털었다”고 비판했다. 대검은 실제 압수수색 횟수를 공개하면서 이 대표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지난 정부에서 시작했다는 점과 대규모 비의 의혹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검 측은 “지난 정부에서 수사가 착수되고 여러 명이 관계된 대규모 비리 사건”이라며 “현재까지 총 55명이 기소되고 22명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실제 대선을 앞둔 2021년 9월 언론 보도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또, 쌍방울 기업 비리 및 대북송금 사건도 2021년 10월 금융당국의 통보에 따라 전 정부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도 감사원이 지난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검찰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