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두둑한 은행 잔고 보다 중요한 '이것'

2024.04.20 04:30

◇초고령화 대책의 핵심 가치, ‘에이징 인 플레이스’ 일본 사회에 대해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것이다. 일본은 2007년에 초고령화 사회(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가 되었다.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의 대응이 궁금한 것도 당연할 듯하다.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 대책의 핵심 가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영어 표현인 ‘Aging in Place’를 그대로 옮겨 일본어로도 ‘エイジング・イン・プレイス’라고 쓴다.)라고 한다. 행복한 노년 생활의 이상적인 상황을 뜻하는 개념으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듯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란 자신이 원래 살던 곳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화를 경험하는 것을 뜻한다. 의료 시설과 대중 교통 수단이 좋은 도시로 이주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젊어서 모은 돈으로 ‘실버타운’에 입주하겠다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에게 이상적인 노년이란, 가장 편안한 장소인 자기 집에 계속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일 것 같다. 요즘에는 대단히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요양 시설, 혹은 실버타운도 있다지만,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한들 낯선 곳에서 친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생활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삶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 같다. 오죽하면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원제는 『在宅ひとり死のススメ』)라는 책을 썼겠는가? 독신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며, 혼자서 집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을 담은 이 책은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일본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제도나 의료, 요양 시설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전 인구의 30%가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 보살핌에 의존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라는 개념은, 고령자가 살기 편한 지역 사회를 만들자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력이나 신체 장애 등 고령자의 개별적인 사정과 무관하게 자립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고령자가 지역 주민과 상부상조하고, 때로는 지역 곳곳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늙어가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고령화 대책의 방향성은 고령자가 스스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돈보다 사람” 일본 정부는 2015년에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초고령화에 대비해 지역 사회의 인프라와 공동체를 재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라는 개념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2025년까지 고령자를 위한 의료, 요양, 주거, 생활지원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을 만든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영역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점차로 심각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개방해서 모자라는 인력을 확충하거나 원격 진료, 돌봄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고령자가 자립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의 구축을 지향하겠다는 방향성에 개인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여전히 과제가 많고, 생각지 못한 과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을 오로지 사회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나약한 존재로 치부하지 않고, 나름의 역할이 있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발상이 미래지향적이다. 다만,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동거자가 있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거동이 불편해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거주 공간을 개선한다든가, 필요한 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의료, 복지 정보를 미리 파악해두는 등 생활 요령도 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노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스스로 지역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노인이 다양한 연령, 문화, 직업의 지역 주민들과 우호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속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서포터’들을 만나고, 어떨 때에는 스스로 누군가의 ‘서포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바쇼(居場所)’라는 일본어 단어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뜻이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직역하면 ‘있는 장소, 거처’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이 말이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단체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이 집단이나 사회에 자신이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때에, ‘이바쇼’를 찾았다고 말한다. 고령자가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데, 다시 말하자면 고령자가 자기 집 이외에 안정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이바쇼’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일본 시민 사회가 적극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주민들의 폭넓은 네트워킹을 돕는 ‘이바쇼 서밋’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지역이 있다. 그 지역에 산재하는 비영리 조직, 사회 운동 단체, 봉사 모임, 취미 동호회, 혹은 그런 모임을 구상 중인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고 홍보하는, 일종의 네트워킹 ‘박람회’다. 은퇴자나 홀로 사는 노인이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찾기도 한다. 결국 고령자가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고급 의료 시설이나 복지 서비스보다 지역 주민과의 우호적인 관계와 상부상조의 네트워크라는 것. 이것이 일본 사회가 20년 가까이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면서 찾아낸 해법이다. ◇노후가 걱정된다면 ‘사람 농사’에 힘을 쏟길 한국에서는 노후대책이라면 경제적인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있어야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라도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래전부터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가 시사하듯, 나이가 들수록 물질로 인한 행복감은 줄어드는 반면, 고독과 외로움은 커진다. 문득 나의 노후가 걱정된다면, 잠시 하는 일을 멈추고 나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가족과의 관계는 돈독한지,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는지, 취미를 공유할 지인이 있는지…. 만약 은행 잔고는 두둑하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는 여기에서 멈추고,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사람 농사’에 힘을 쏟으라. 그대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조언이다.

"이스라엘, 이란 공격 직전 미국에 통보"… 이란 추가 대응은 "없을 듯"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 공격을 실행 직전 미국에 통보했다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밝혔다. 이에 미국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만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확전을 경계한 가운데, 미국 CNN방송은 이란이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통 전언을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17일부터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타야니 장관은 이날 "미국이 오늘 오전 회의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마지막 순간에 드론 공격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고 G7 외교장관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이 공격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그것은 (상의가 아니라) 단순히 정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사전 통보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어떤 공격 작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G7 외교장관들은 이날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중동 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G7은 양측에 "모든 당사자에게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CNN은 익명의 중동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추가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으며 양국의 직접적인 국가 간 공격은 끝났다"고 전했다. CNN은 "양측 모두 전면전에서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사고 차량 발견 뒤 30분도 안 돼… '증발'한 여대생의 20년 미스터리

2004년 2월 9일 오후 7시~7시 30분쯤(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州) 하버힐의 112번 국도. 스쿨버스 운전기사 부치 앳우드는 버스를 몰고 집으로 가다 사고가 난 차량을 보게 됐다. 눈길에 미끄러져 나무와 충돌한 검은색 소형 승용차였다. 운전자로 보이는 20대 초반 여성은 길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추위에 떨고 있길래 도움을 주려 했다. 그러나 여성은 “보험사와 이미 통화했다”며 사양했다. 심지어 “경찰을 부르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좀 의아했지만 일단 앳우드는 현장을 떠났다. 당시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간호학과 3학년이었던 21세 여성, 마우라 머레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순간이었다. 올해로 실종 20년, 머레이는 말 그대로 ‘증발’했다. 이때 이후 누구도 그를 보지 못했고,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록도 없다. 의도적 잠적인지, 납치돼 살해당한 것인지, 아니면 사고 후 주변을 헤매다 길을 잃고 조난당해 숨졌는지, 지금도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증거보다는 정황과 추측에 근거한 시나리오만 무성할 뿐이다. 대부분 미제 사건이 그렇듯, 실종 당시 상황부터 어딘가 이상했다. 귀가한 앳우드 및 사고 지점 근처에 살던 다른 주민으로부터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그날 오후 7시 46분. 목격 시점 기준으로 한참 후도 아니었는데 머레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헤드라이트와 앞유리 등이 파손된 차량만 방치돼 있었고, 내부에는 술 몇 병과 화장품만 남아 있었다. 운전석 주위에 붉은 얼룩이 있어 혈흔인가 싶었으나 레드 와인 자국으로 판명됐다. 실제 차 안에선 술 냄새도 났다. 경찰은 그가 술김에 도로 옆 숲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고 보고 주변을 살폈지만 발자국 하나 없었다. 흔치 않은 경우였다. 게다가 머레이는 보험사에 연락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튿날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자 2월 11일 오전부터 본격 수색·수사에 착수했다. 교통 사고에서 실종 사건으로 전환한 것이다. 사고 지점 반경 800m 범위를 샅샅이 훑었고, 헬리콥터까지 동원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납치됐다면 있을 법한 저항의 흔적도 없었다. 대신 언론만 잔뜩 몰려들었다. 지역 방송사부터 인근 대도시인 보스턴의 매체, 급기야 CNN방송 등 전국 단위 언론사도 취재에 나섰다. ‘마우라 머레이 실종 사건’은 미국 전역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머레이의 ‘2월 9일’은 마치 누군가에 쫓기듯, 긴박하고도 의문투성이인 하루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날 새벽, 머레이는 컴퓨터로 매사추세츠주 버크셔, 북쪽 버몬트주 벌링턴으로 가는 길을 검색했다. 오후 1시에는 남자친구이자 현역 군인인 빌 로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메시지 받았어. 그런데 솔직히 누구와도 많이 얘기하고 싶진 않아. 그래도 오늘 꼭 전화할게. 사랑해.” 뒤이어 뉴햄프셔주 바틀릿에 있는 콘도에 전화를 걸어 방을 빌릴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는 로시에게 ‘나중에 얘기하자’는 음성 메시지(오후 2시 18분)를 보냈지만 통화를 하진 않았고, 해당 콘도를 예약하지도 않았다. 오후 1시 24분에는 지도교수에게 ‘가족이 세상을 떠나서 일주일간 학교에 못 나온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 사망한 가족은 없었다. 오후 3시 30분 자신의 차를 몰고 캠퍼스를 나선 머레이는 현금 280달러를 인출했고, 보드카와 와인 등 4병의 술(40달러 상당)을 샀다. 계좌에 있던 돈을 거의 전부 빼낸 데다, 평소 술을 즐기지도 않았다는 점에 비춰 심상치 않은 행동이었다. 현금인출기(ATM)와 주류 판매점의 폐쇄회로(CC)TV 2개를 확인한 결과, 동행한 사람도 없었다. 애머스트를 떠난 시간은 오후 4~5시로 추정됐다. 그리고 3시간 후쯤, 그는 거주지로부터 210㎞ 떨어진 마을에서 행방불명 상태가 됐다. 정황상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머레이에게 ①커다란 심경 변화가 있었고 ②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떠나려 했으며 ③음주운전을 했는데 사고가 나자 두려워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가설이 옳다 해도 ‘20년 실종의 직접적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아버지인 프레드 머레이는 “딸이 갑자기 (일부러) 사라질 이유가 없다. 좋은 일만 있었다. 곧 간호사가 될 예정이었고, 새 차를 구입하게 됐으며, (그해 여름) 결혼도 앞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2004년 늦가을 무렵 언론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머레이를 찾자’는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분출했다. 인터넷 게시판이었다. 범죄 관련 정보나 소식, 대책 등을 다루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머레이 실종 사건이 집중 논의됐고, 아예 이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신규 사이트도 속속 탄생했다. 온라인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한데 모이자 누리꾼들의 관심과 참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 ‘DIY(Do-It-Yoursef·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 탐정’ 또는 ‘시민 수사관’으로 불리는, 한국식 표현으로는 ‘네티즌 수사대’인 집단 지성 출현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실제로 머레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여기에서 찾는 평가도 적지 않다. 월간지 보스턴매거진은 2014년 2월 기사에서 “머레이가 사라진 날, 유튜브(2005년 2월 개설)와 트위터(2006년 3월 개설)는 없었고 페이스북은 출범 5일째였다”며 “당시가 소셜미디어 초창기였다는 점에서, 머레이 사건 역사는 ‘온라인 추적’의 진화를 보여 주는 우화”라고 짚었다. 주간지 피플도 2017년 9월 “머레이의 실종 이야기는 인터넷 전체에 퍼져 격렬한 소문과 음모는 물론, 언론의 사실 기반 보도를 촉발했다”며 “소셜미디어 시대의 첫 번째 범죄 미스터리”라고 진단했다. 다만 긍정적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머레이 실종 딱 8년 후인 2012년 2월 9일, 유튜브에 ‘112dirtbag’이라는 계정 사용자가 올린 동영상 2건이 대표적이다. 차량 안에서 112번 국도(머레이 실종 장소)를 비추고 있는 영상, 그리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1분간 기괴한 웃음소리만 낸 뒤 마지막에 ‘Happy Anniversary(기념일 축하해)’라는 자막을 띄우는 영상이었다. 이후엔 아예 △콘도 티켓 사진에 ‘마우라 머레이’라는 제목을 입힌 영상 △‘No Hope for Mental Wannabe’라는, 문법은 틀리지만 ‘희망은 없다(No Hope)’라는 문구와 함께 괴이한 음악·그림을 담은 영상 등도 게시됐다. 온갖 추측이 쏟아졌다. ‘머레이는 이미 살해됐다고 봐야 한다’, ‘시신 암매장 장소를 암시한 게 아니냐’, ‘범인이 머레이와 그 가족을 조롱하고 있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달리 말하면 사건 해결의 단서로도 비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았다. 영상 게시자는 ‘알든 올슨’이라는 남성이었는데, 정신질환자였다. 경찰도 올슨을 소환 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저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기이한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었다. 수사에 혼선만 빚은 꼴이 됐다. 이뿐이 아니다. 머레이 가족에 대한 모욕이나 욕설, 공격도 사회적 관심도에 비례해 늘어났다. 친척인 헬레나는 “그들(네티즌)이 온라인에서 (머레이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보는 것은 정말 끔찍하고 슬프다”며 ‘시민의 수사’는 단점이 장점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신상 털기·여론 재판’ 논란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지금, 사건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시민의 참여’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해 초 머레이 실종 20년을 맞아 미 연방수사국(FBI)과 뉴햄프셔주 법무부 미제사건팀, 주 경찰은 그의 ‘41세(생존 가정 시) 예상 모습’ 사진을 제작한 뒤, 이를 공개하며 시민들의 적극적 제보를 요청했다. 2월 5일 ‘미디어 프레셔’라는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 언니 줄리 머레이는 ‘답’을 찾고 싶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목표는 마우라를 찾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진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누군가의 기억을 되새기며, 대중이 이 실종된 여성에 대해 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오판, ‘이란과 충돌’ 키웠다… ‘격한 보복 공격’ 예상 못 해”

국제사회를 초긴장 상태에 빠뜨린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의 치명적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부른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 전 이스라엘 정부가 ‘소규모 보복’만 예상하고 작전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대(對)이란 재보복도 ‘주체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또 다른 판단 착오가 양국의 전면전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이스라엘 이란 등 관련국 정부 관리들과의 익명 인터뷰를 토대로 “이스라엘은 이란영사관 폭격이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실행 직전까지 미국에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 충돌을 경계해 온 미국으로선 허를 찔렸다는 얘기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실행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영사관 폭격을 2개월 전부터 계획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이 표적이었고, 작전은 지난달 22일 전시 내각에서 승인됐다. 이스라엘 내부 문서에는 이란의 대응이 ‘대리세력 등의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것으로 기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응과 관련, 당초 ‘10발 이하의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예상했다가 ‘60~70발’로 수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완벽한 오산이었다. 자헤디 사령관 등 이란인 7명이 숨지자 IRGC는 13일 밤~14일 새벽 무인기(드론)·미사일 320기를 사용,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대부분 요격돼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규모로는 ‘격렬한 보복’이었다. 이스라엘 관리도 NYT에 ‘이란의 대응 수준을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이란영사관 폭격 작전은 실행 몇 분 전에야 미국에 통보됐다. 화들짝 놀란 미국 정부 인사들은 겉으로야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으나 사적으로는 아무 상의도 없었던 데 대해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오랜 적국인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사전 통보한 반면, 긴밀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을) 철저히 감췄다. 미국 관리들은 ‘이상하고 불편한 입장’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마이웨이’ 고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한 뒤 “(우방국의) 다양한 제안과 충고에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이란에 대한 대응은 (이스라엘)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만류와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도 이날 “이스라엘이 13, 15일 하려던 이란 공격을 잇따라 연기했다. 하지만 재보복 자체는 이미 결정됐고 시기 문제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불안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복수를 했고, 이스라엘은 공격 격퇴를 얘기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란 억제·이스라엘 방어에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지금은 모두의 ‘승리’지만 또 다른 보복전이 일어나면 전 세계적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나 스트롤 전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도 “이스라엘은 국가 간 폭력의 새로운 순환을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산발적 교전과 관련한 계산 착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이스라엘 북부 국경 마을에 가해진 헤즈볼라의 드론 공습으로 이스라엘 군인 14명 등 18명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 3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시작 때 비공식적으로 설정된 교전 수칙 내에서 싸워 왔으나 양측 역시 오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