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FTA, 일본과 수소협력... 尹, 동북아 정상외교 5년 만에 복원

2024.05.27 04:30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서울에서 만났다. 한중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9년 중국 청두 이후 5년 만이다. 2008년 연례회의로 시작한 3국 정상회의 취지가 무색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동북아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소통을 정상화할 기회를 잡았다. 특히 미중 갈등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방국 일본뿐만 아니라 그간 소원했던 중국과도 마주 앉았다. 한중일 3국은 경제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유럽연합(EU)에 맞먹는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열린 한중·한일 양자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과 투자협력 대화 채널을 복구하고 중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며 경제·산업분야의 성과를 냈다. 일본과도 수소협력을 강화하는 등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9월 각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리 총리, 기시다 총리에게 3국 정상회의를 제안했다. 취임 후 가치외교를 기치로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복원, 자유민주주의 진영 외교에 주력해온 윤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중국을 끌어들인 한중일 정상회의로 '균형 외교'의 첫발을 뗐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해 상품교역을 넘어 서비스, 문화, 관광, 법률로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이미 가 있는 기업들이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하자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해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한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2014년 이후 10년째 성사되지 않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도 논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났지만 양국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리 총리와 따로 만나면서 중국과 정상급 외교를 재개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상황,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수소협력대화' 채널을 신설하는 등 경제·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가 눈에 띄었다. 6월 중순 출범할 대화채널을 통해 한일 간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또 '한일 자원협력대화'도 새로 만들어 핵심 광물 분야의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날 회담이 주로 경제 분야 협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27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현안이 얼마나 담길지가 관심사다. 3국은 공동성명 문구 조율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로 맞서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를) 어느 정도의 강도로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인데, 중국은 왜 시진핑 아닌 총리가 참석하나

한중일 정상회의가 26, 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한다. 그런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아니다. 리창 총리가 오는 행사다. 정상회의인데도 왜 중국은 1인자가 아닌 넘버2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나서는 것일까. 중국의 당정분리 원칙 때문이다. 중국은 정상회의에 참석할 주석과 총리의 역할을 구분했다. 덩샤오핑 전 주석 당시 개헌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주석은 외교·국방, 총리는 경제·내치를 맡도록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시작됐다. 3국 간 첨예한 정치·안보 논의를 뒤로 하고 경제협력을 우선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로 인해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주석 대신 총리가 참석해왔다.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정상회의'에도 중국은 주석이 아닌 총리가 참석한다. 행사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얼굴을 맞대야 하는 한국, 일본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국 총리는 실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1인 천하'로 재편돼 3연임을 시작한 중국에서 총리를 정상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중국은 앞서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며 당정분리 원칙도 깬 상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법 개정으로 국무원이 '당의 지도' 아래 있다고 공식화해 총리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리 총리는 당시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관철하는 충실한 행동가가 되겠다"며 정상이 아닌 '관료'로서 본인의 지위를 재확인하는 충성 맹세를 했다. 26일은 한일·한중·중일 등 양자회담 위주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 미중간 글로벌 공급망 갈등 속에서 한중 경제통상 협력 확대 및 상호 투자환경 조성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또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만나 상호 실질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3국 정상회의는 27일 열린다. 3국은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경제통상 △보건 및 고령화 대응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재난 및 안전 등 6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후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한 협의는 정상회의 취지를 고려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례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우리 공통적인 이익과 책임'이라는 문구와 더불어 3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공통목표'로 명시한 문구가 반영될 예정이다. 해당 문구들은 역대 한중일 공동선언 8차례 중 6차례 담겼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 북∙러 문제 등이 논의될지에 대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문제는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주제"라며 "경제∙민생, 무역과 산업 공급망 협력에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공동선언이 협의되고 있고 그 안에 일정 부분 안보 이슈도 포함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속보]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문화 · 관광 · 법률까지 개방 확대"

대통령실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 "앞으로는 문화와 관광, 법률 분야 등의 서비스 분야까지 양국의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분야에서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새로 출범시키기로 했다"면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창구 역할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시작된 양문석의 막말... 우상호 향해 "맛이 간 586 구태" 비난

지난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막말과 부동산 편법 대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당내 중진인 우상호 의원을 향해 "맛이 간 586", "무식한 구태정치"라고 원색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원권 강화를 둘러싼 우 의원 이견에 대한 반박에서 나온 언급인데, 또다시 내부를 향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분란을 자초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 당선자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태정치~맛이 간 우상호 따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근 당 내부에서 진행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표심 반영이 옳지 않다고 지적한 우 의원을 저격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는) 총재 시절엔 지명직, 노무현 대통령 이후엔 국회의원이 뽑는 선출직이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의 시대정신은 당원이 주인"이라고 설명한 뒤 "맛이 간 기득권, 맛이 간 586, 그중 우상호 따위가, 시대정신이 20년 전 기준으로 멈춰 산 작자들이 민주당 전통 운운하며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는 국회의원 몫이라고 우겨대며 또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구태정치질은 좀 지겹다"며 "공부 좀 하면 좋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당원권 강화 논란은 국회의장 선거에서 개딸(개혁의 딸)로 상징되는 강성 지지층이 밀었던 추미애 당선자의 낙선 이후 당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당원권 두 배' 강화를 외치자, 이에 상응하는 각종 아이디어가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다. 향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당심을 반영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김민석 의원이 당원 표심 10%룰을 치고 나오자, 양 당선자는 '의원 50%, 당원 50% 룰'까지 제안하며 불이 붙었다. 그러자 우 의원은 당원 주권강화 취지엔 공감하지만 원내직은 의원들이 뽑는 게 맞다고 제동을 걸자, 양 당선자가 발끈하며 또다시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양문석 리스크'가 재점화되자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당원권 강화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토론이 가능한 건데, 거친 언사를 쏟아내면 불필요한 논란만 남는다"고 꼬집었다. 양 당선자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난하고, 비이재명(비명)계를 겨냥해 "개쓰레기", "돌대가리", "바퀴벌레"라는 비하 표현으로 물의를 빚었다. 양 당선자가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막말을 다시 쏟아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양 당선자는 지난 총선 기간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를 속여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지난 14일 수원지검은 양 당선자의 서초구 아파트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