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조선, 범행 후 계단에 앉아 쉬어… 범죄 영웅 되고 싶었을 것"

이수정 교수 CBS 라디오 인터뷰
"터무니없는 동기…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의 신상이 26일 공개됐다. 사진은 조씨의 범행 당일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왼쪽)과 주민등록증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이 반사회적 범행을 통해 영웅이 되고 싶어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씨는)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높다"면서 "마지막 순간, 흉기 난동을 부린 다음 계단에 앉아서 체포될 때까지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눈여겨봐야 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지점은 센세이셔널한 범죄 끝에 일종의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그게 아마 이 사람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는 방식이라고 충분히 연결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조씨의 범행이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사 단계에서 계속 진술이 번복되면서 결국엔 '키 작아서 살인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면서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범행 동기, 이게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의) 특징"이라고 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거나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전과 3범인 조씨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이 교수는 "(소년부) 사건 처리하는 데 적어도 3개월 이상 걸리니까 사건이 처리되는 와중에 또 범죄를 저질러야 다음 사건이 등장하게 된다"면서 "(조씨는) 현행법상 무엇도 두려워하는 바가 없이 성장을 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또 "형사사법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현재 방법으로 제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처분이 실존하느냐, (고민하는 게)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 안전을 위해 조씨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도로 반사회적이고 터무니없는 동기로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꼭 단죄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자신의 억제된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