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덜 쓰기, 미세플라스틱 섭취 줄이는 첫걸음

입력
2023.08.16 04:30
16면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미세플라스틱 흡수율 낮지만
나노플라스틱은 혈액, 뇌에서도 발견
플라스틱과 접촉한 식음료 섭취가 이유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제공

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위협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올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과장된 사실은 바로잡고 간과하고 있는 문제는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

우선 우리 몸에 어느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오고 있을까? 일주일 동안 신용카드 한 장 분량(5g)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언론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다룰 때 종종 나오는 이야기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서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후속 연구에서 이 수치는 너무 과장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몸속으로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 들어오려면 336년이 걸린다. 그러니 미세플라스틱을 논할 때 신용카드 한 장 이야기는 앞으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 몸에 플라스틱이 들어오면 모두 축적이 될까? 플라스틱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걸림돌일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인체에 흡수되는 미세플라스틱은 15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미만부터이고, 그나마 흡수율도 매우 낮다.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화장실을 통해 다시 바다로 빠져나간다.

흡수율이 높고 모든 장기로 침투가 가능한 것은 '나노플라스틱'이다.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인데,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정도가 1㎚다. 100㎚보다 작은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은 혈액이나 뇌에서도 검출이 되고 심지어 산모를 통해 태아까지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인체위해성 관점에서는 나노플라스틱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양과 흡수·배출되는 양 파악이 더 중요하다. 환경호르몬처럼 극소량이 들어와 생체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어떤 경로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올까? 바다로 간 플라스틱만이 문제일까? 최신 미세플라스틱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수산물, 소금 등만이 문제가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식음료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매우 심각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부을 때 종이컵 안쪽의 코팅된 비닐로부터 1mL에 1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 올해에는 페트병 생수 1mL에 1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플라스틱 용기나 포장재에 음식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나노플라스틱이 폭탄처럼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얼마 전에는 새우나 꽃게로 만든 과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는데, 비닐 포장재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의심된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쯤 되면 우리 몸속으로 나노플라스틱이 들어오는 주요 경로를 플라스틱과 접촉한 식음료 섭취로 봐야 한다. 결국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려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게 아니라 일상의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페트병 생수나 음료,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을 즐기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재활용 이전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 재사용 유리병 시대가 다시 와야 하는 이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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