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재가신도에게 종법사 추천권 준다

입력
2024.04.17 16:46
수정
2024.04.17 17:5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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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호 교정원장, 기자간담회서 교헌 개정안 설명
최고지도자 종법사 선출에 재가자 요구 더 반영
"세상의 변화에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하리라 기대"

17일 전북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나상호 교정원장이 올해 종법사선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불교 제공

17일 전북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나상호 교정원장이 올해 종법사선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불교 제공


"재가자의 발언권을 조금 더 높여서 바깥 사회의 변화에 따라 원불교가 조금 더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17일 전북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열린 '대각개교절 기자간담회'에서 수위단회의 구성 변화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원불교에서 교정원장은 조계종의 총무원장에, 종법사는 조계종의 종정에 해당한다. 다만 원불교는 차기 종법사를 고위 간부 26명으로 구성된 수위단회와 현 종법사 등 27명의 투표로 뽑는다. 종법사는 6년 임기로 한 번 재선이 가능하고, 교정원장은 3년 임기로 종법사가 임명한다. 종법사가 바뀌면 교정원장과 각 교구장들이 연쇄적으로 교체된다. 올해 9월 새 수위단회가 구성되고, 여기서 뽑힌 새 종법사가 11월 취임할 예정이다.

올해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대각개교절 109주년이 되는 해다. 원불교는 36년을 1대(代)로 계산하는데, 올해는 4대를 처음 시작하는 해다. 나 원장은 "4대 첫해를 맞아 무엇을 할까, 그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조직 개편에 힘을 줬다"고 말했다.

핵심은 교헌 개정을 통해 수위단회 구성을 출가자 18명(남녀 각 9명), 재가자 8명(남녀 각 4명)으로 조정한 것이다. 재가자 비율을 3 대 1에서 2 대 1 수준으로 높였고, 재가자 8명 모두 종법사 추천권을 갖게 됐다. 조계종으로 치자면 종정을 투표로 뽑되 후보추천권을 재가자에게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나 원장은 "외부 사회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단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적 시각뿐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외부적인 시각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말했다. 나 원장은 또 "수위단회 구성원은 저마다 주요 정책에 대한 발의권이 있기 때문에 재가자 비율 증가로 인해 좀 더 혁신적인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해외 교화(포교) 활동에도 좀 더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현재 원불교 해외 신자는 26개국 5,000여 명 규모로 파악된다. 나 원장은 "선, 명상 열풍 덕에 원불교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은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언젠가는 미국 종법사, 유럽 종법사, 동남아 종법사 등 지역별로 종법사를 따로 뽑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산= 조태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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