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다리 건넌 경찰견, 이제 '반려동물 현충원'에서 영면

입력
2024.04.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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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오수의 개' 임실군과 MOU 체결
순직·은퇴 경찰견, 동물 현충원에 안장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 이메일로 고속철도시설 폭탄설치 및 폭파 예고가 접수되자 동대구역에서 경찰특공대와 탐지견이 폭발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 이메일로 고속철도시설 폭탄설치 및 폭파 예고가 접수되자 동대구역에서 경찰특공대와 탐지견이 폭발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수색, 용의자 추적, 마약 탐지,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치안활동에서 헌신하다가 생을 마감한 경찰견들이 앞으로는 별도의 '동물 현충원'에서 영면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 산하 교육전문기관인 경찰인재개발원은 24일 전북 임실군청과 경찰견 장례 및 안장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임실군 오수면의 오수 펫 추모공원(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경찰견을 안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오수면은 잠자던 주인 주변에 붙을 불을 끄다가 죽은 충견 '오수의 개' 민담이 전해내려오는 곳이다.

그동안 경찰견들은 평생을 훈련하고 봉사했음에도 은퇴 이후 예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약을 통해 순직한 경찰견뿐 아니라 은퇴 이후 사망한 경찰견도 장례 절차를 거쳐 '반려동물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1년 문을 연 오수 펫 추모공원에는 △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소방구조견 △마약탐지견 등을 위한 현충원 구역이 있는데, 이곳에 경찰견만을 위한 안장 구역을 별도 확보할 예정이다.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견으로 다양한 특수임무를 수행했던 '렉스'가 지난해 경찰견으로는 처음 이곳에 묻혔다.

경찰과 추모공원은 경찰견 장례 및 안장 업무 외에도 △반려동물 협력 지구 조성 △오수견의 경찰견 활용 공동연구 등을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박성주 경찰인재개발원장(치안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경찰견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이번 업무협약이 경찰견 예우 향상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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