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잊은 사이… 수단 반정부군, 서부 마지막 도시 포위

입력
2024.04.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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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르푸르주 주도 알파시르 포위 공격 임박"
국제사회, 중단 촉구… 미 "대규모 학살 위기"
카다피 축출 후 '동서 분단' 리비아 전철 우려도

지난 14일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에서 한 아이가 총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하르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4일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에서 한 아이가 총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하르툼=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수단 반정부군이 조만간 국토 3분의 1가량을 완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1년간 지속된 내전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정부군의 세 확장으로 수단이 장기간 두 나라로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정부 RSF, 수십만 피란민 몰린 알파시르 공격 임박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단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지난 14일 수단 노스다르푸르주(州) 주도 알파시르를 포위, 공격이 임박한 상태다. RSF는 다르푸르 지역의 5개 주요 도시 가운데 이미 4곳을 장악했고, 알파시르를 점령하면 수단 전 국토의 3분의 1가량을 수중에 넣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문제는 내전 발발 이후 전란을 피해 몰려든 피란민 수십만 명이 알파시르에 사실상 갇혀 있다는 점이다. RSF가 공격을 감행할 경우 무고한 민간인이 뒤엉켜 참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이달 14일 RSF가 알파시르로 진격을 시작한 이래 도시 외곽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43명이 사망했다.

국제사회는 RSF에 알파시르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29일 긴급 회의를 열고 관련 상황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엑스(X)에 "파시르는 대규모 학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썼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신속지원군 및 연계된 민병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에 놀랐다"며 "알파시르에 대한 공격은 민간인을 극도의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전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 사건이 이곳에서 재연될 것이라는 극단적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03~2004년 오마르 알바시르 독재 정권은 차별에 저항하는 비아랍계 주민들을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약 30만 명이 희생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잔자위드의 후신이 지금의 RSF다.

지난해 6월 19일 피란민들이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전투를 피해 수도 하르툼을 떠나고 있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9일 피란민들이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전투를 피해 수도 하르툼을 떠나고 있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잊힌 내전… 국민 3분의 1이 기아 직면

수단 내전은 30년간 장기 집권한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손잡았던 정부군과 RSF가 쿠데타에 성공한 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면서 발발했다. 지난해 4월 15일 RSF가 수도 하르툼에 병력을 진입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벌써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탓에 사실상 '잊힌 내전'이 됐다. 그사이 사망자는 1만5,000명, 피란민은 850만 명이 넘었다. 더구나 양측 모두 국제기구의 구호를 막아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수단 인구 4,800만 명 중 3분의 1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기아에 직면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RSF의 알파시르 점령을 계기로 수단 내전이 더욱 격화하리란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후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를 근거지로 삼은 트리폴리 국민통합정부(GNA)로 지금껏 갈라져 있다. NYT는 "리비아처럼 수단도 경쟁 세력이 통치하는 땅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 두려운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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