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취재허가 받으라는 황당한 주중 대사관

입력
2024.05.01 04:30
수정
2024.05.08 17:51
27면
정재호 주중 대사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외공관장·경제 5단체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정재호 주중 대사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재외공관장·경제 5단체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주중 한국대사관이 각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들에게 대사관 취재를 하려면 먼저 하루 전까지 취재 목적 등을 밝히고 안내를 받을 것을 일방 통보했다. 주중대사관은 지난달 29일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사전(최소 24시간 이전)에 일시, 인원, 목적 등을 대사관에 신청해 주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검토한 후 출입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게 대사관의 설명이다. 사실상 입맛에 맞는 취재만 허용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도 없던 언론 통제이자 국민 알 권리 침해다.

주중대사관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건 보안상 문제다. 사전 협의 없이 대사관에 출입할 수 없는 건 다른 해외 공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도 기자들은 대사관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겨야만 출입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등 다른 어느 공관도 하루 전 취재 신청서를 요구하는 곳은 없다. 실시간 보도가 생명인 언론 환경에서 24시간 전 취재 신청은 사실상 보도를 하지 말란 얘기다.

때문에 정재호 대사가 주재원에게 폭언 등 갑질을 한 의혹이 제기돼 외교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보복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35명의 베이징 특파원은 30일 ‘정재호 주중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앙심을 품고 취한 조치라면 공직자로서 책무를 망각하고 직권을 남용한 것이다. 이달 1일부터 시행하겠다며 이틀 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어이없다.

중국은 외교 안보 경제 측면에서 우리가 미국 다음으로 잘 알아야 하는 나라다.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민관이 하나가 돼 동향을 살피고 머리를 맞대도 모자란다. 중요한 시기에 나라를 대표해 부임한 대사가 시대 착오적인 언론 통제로 갈등만 일삼는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고교 동창 대통령을 믿고 안하무인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 대사는 소통부터 강화하길 바란다. 안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데 중국과 얘기가 잘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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