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마약음료' 주범, 2심서 징역 18년으로 형량 늘어

입력
2024.04.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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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서 '마약음료' 시음행사 벌여
마약·보이스피싱 결합한 '신종 범죄'
"미성년자를 영리취득 도구로" 지적

지난해 4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일당이 협박 도구로 사용한 '마약 음료'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일당이 협박 도구로 사용한 '마약 음료'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유포한 일당의 주범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중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범행을 보이스피싱과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는 3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길모씨 항소심에서 1심(징역 15년)보다 3년 가중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 협박 전화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 역시 1심 징역 8년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마약 범죄를 결합시킨 새로운 유형의 범죄일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 및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함께 기소된 마약 공급책 박모씨와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씨에게는 각각 1심과 같은 징역 10년과 7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열고 13명의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줬다. 음료 한 통엔 통상적인 필로폰 1회 투약분인 0.03g의 3배가 넘는 0.1g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학생 중 일부는 환각 증상 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씨 등은 이를 빌미로 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걸어 금품을 갈취하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범행이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에 의해 계획·조직적으로 행해진 범죄란 점을 강조했다.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한 데 대해 재판부는 "주범인 길씨는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 미성년자를 오로지 영리 취득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면서 "마약 음료를 건네받은 13명 중 이를 마신 9명은 당시 15~17세 미성년 학생이었던 점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중계기 관리 업무를 했고, 4,000만 원이 넘는 범죄수익을 얻었다"면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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