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안 찾아왔으면 딸 안 죽어"…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족, 눈물 호소

입력
2024.05.02 07:46
수정
2024.05.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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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첫 공판서 혐의 대부분 인정
재판부 "사망 연관성 아직 알 수 없어"

부산지법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산지법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이 피해자를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전 남자친구의 첫 공판에서 엄벌을 호소했다.

1일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협박, 특수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5)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피해자 B씨가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주거지를 찾아가 "죽겠다"고 협박하고, 같은 해 12월 주거지 인근에 머무르면서 13시간 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B씨에게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A씨 변호인은 "특수협박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의자를 집어던진 행위가 해악 등의 고지가 있었는지 법리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B씨가 A씨의 폭행과 스토킹에 시달려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A씨는 지난 1월 B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떨어져 숨지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인물이다. 당시 목격자이자 최초 신고자로, 추락 직전 B씨와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B씨 어머니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딸이 유학을 몇 달 앞두고 억울하고 허망하게 죽었다"며 "그날 A씨가 우리 애 집에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딸이 죽을 이유가 없는데 피고인은 스토킹 혐의로만 기소됐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B씨 동생도 "가해자가 없었으면 언니가 창틀에 매달려 있는 상황도, 추락하는 일도 없었다"며 "언니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두 번 다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 판사는 "아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아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이외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없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과 공소사실의 관련성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며 "재판 과정에 피해자 사망이 양형에 반영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견을 밝혀 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B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A씨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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