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500억원 자사주 매입"…영풍 "경영진 지분 확대 우려" 반발

입력
2024.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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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약 1% 수준
고려아연 "주주가치 제고 위한 것"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이 3일 주주환원을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가문끼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이 "매입한 자사주가 현 경영진 지분율 확대에 쓰일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시를 통해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신탁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는 시가 총액의 약 1%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주주환원을 위해 대부분 소각하고 일부는 임직원 보상에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에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매입이 현 경영진의 지분율 확대 및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다분하다"며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등 구체적 계획이 이사회 등에 의해 임의로 정해지게 될 것이므로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가문은 75년 동안 동업 관계를 유지하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근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3월 19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배당 결의안과 정관 일부 변경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최 회장 측이 제시한 배당결의안은 통과됐고 장 고문 측이 반대한 정관변경안은 부결돼 각각 1승 1패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동 사업 분야를 모두 정리하고 함께 사용하던 사옥도 이전하기로 하는 등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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