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로 돌아오는 힐러리 한 "음악은 내가 존재하고 나누는 방식"

입력
2024.05.06 14:23
수정
2024.05.06 17: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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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플리거와 내한 무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현대 음악 연주하며 브람스에 대한 해석도 달라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마스트미디어 제공

"저는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열려 있어요. 무용수와의 협업은 항상 희망해 왔죠."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45)은 흔히 따라붙는 '바이올린 여제'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음악가다. 특별한 재능의 신동에서 숙련도와 깊이를 갖춘 거장으로 성장한 한은 사회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다. 뉴욕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서 올해 첫 무대는 뉴욕시티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타일러 펙과 함께 꾸몄다. 한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펙과의 무대는 거울을 보는 듯했다"며 "사람들이 나와 협업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말해주곤 했는데, 무용 분야의 개성 강한 여성 예술가이자 소통할 줄 아는 펙과의 이번 무대를 통해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팬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2017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작한 '100일간의 연습 영상'(#100daysofpractice) 공유는 하나의 현상이 돼 다른 음악가들에게로까지 확산됐다. 그는 "어느 순간 챌린지가 돼 버렸지만 내게는 작업하는 것을 뽐내기 위함이 아닌 작업 과정을 나누고자 한 것이었다"며 "연습이 일상 속의 건강한 흐름으로 작용하기를 바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음악은 언어이자, 존재하고 나누는 방식"이라며 "음악엔 삶이 반영돼야 하고 동시에 이해하기 힘든 현실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그래미상을 세 차례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초 미국 최고 연주자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상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 중 한 사람인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한은 "인생에서 균형을 맞추는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돌보며 나에게 주어진 것을 즐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한해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던 힐러리 한이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으로 한국 음악팬과 다시 만난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연주해 온 현대 음악, 현대 작곡가와의 작업이 브람스처럼 수없이 연주해 온 내적 친밀도 높은 작품 해석에 영향을 미쳤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무대도 오래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플리거(62)와 함께한다. 임윤찬이 출전한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해플리거는 임윤찬에 대해 "음악적이고 개성이 있었지만 꾸밈이 없었다"며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능숙한 연주를 하는 게 정말 놀라웠다"고 기억했다. 그는 최근 임윤찬이 손 부상으로 휴지기를 가진 데 대해 "음악은 어느 때나 간단히 조리되는 것이 아닌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것"이라며 "임윤찬 같은 재능 있는 파이니스트에게 지나치게 많은 투어와 공연의 유혹이 크지만 연주자와 매니지먼트 모두 신체적·음악적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플리거.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해플리거. 마스트미디어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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