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위함 '이즈모' 찍은 중국 드론 영상은 진짜? 가짜? '안보 구멍' 논란

입력
2024.05.06 19:30
구독

3월 말 공개된 영상 진위 여부 논란
방위성 “가짜일 가능성 포함 조사”
현재까지 진위 여부 밝혀지지 않아

지난 3월 하순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드론으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촬영한 것처럼 보인다. 영상 캡처

지난 3월 하순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드론으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촬영한 것처럼 보인다. 영상 캡처

“나는 비행기를 조종해 일본 항공모함에 착륙했다. 게임이 아니다!”

지난 3월 26일 중국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bilibili)’에 올라온 이 도발적 제목의 영상은 일본 열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19초짜리 이 영상은 중국의 무인기(드론)가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 중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 위를 저공 비행하며 촬영한 것처럼 보였다.

이즈모는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으로, 항공모함화하기 위한 개보수 작업도 하고 있다. 중국이 보낸 드론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이즈모를 근접 촬영했다니, 사실이라면 일본의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일본 방위성, '가짜' 가능성에 무게

기하라 미노루 방위장관은 지난달 2일 기자회견에서 “악의적으로 가공, 조작된 것일 가능성도 포함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혀 ‘가짜설’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반면 해상자위대 수장인 사카이 료 해상막료장은 “부자연스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가짜라 할 만큼의 증거를 갖고 있진 않아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 정부는 영상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이나 인터넷상에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아사히신문은 6일 인터넷상에서 제시된 주장과 근거를 점검하는 기사를 실었다.

먼저 이즈모의 함미에는 함정 번호인 ‘83’이 적혀 있어야 하는데 영상에는 ‘8’만 희미하게 보이고 ‘3’은 아예 안 보인다. 이에 대해 “항공모함 전환을 위한 1차 개보수 때 갑판 내열성이 강화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에 적혀 있던 두 숫자가 다르게 보이게 됐다”며 진짜 영상이라는 증거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아사히는 지난해 8월 직접 촬영한 사진에 두 숫자가 선명히 찍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부정했다. 다만 개보수 당시 추가된 노란색 활주로 표시선이 영상에도 표시돼 있다면서 “만약 가짜라면 개조 사항까지 정교하게 반영한 것”이라는 해상자위대 간부의 평가를 전했다.

2022년 11월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일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인 이즈모함(가운데)을 비롯해 12개 참가국의 군함들이 항해하고 있다. 가나가와=AFP 연합뉴스

2022년 11월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일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인 이즈모함(가운데)을 비롯해 12개 참가국의 군함들이 항해하고 있다. 가나가와=AFP 연합뉴스


"드론 탐지기 탐지 못 했고 목격자도 없어"

방위성 관계자에 따르면 가짜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요코스카 지방 감찰부 부지 내 설치된 드론 탐지기가 이번 동영상 내용에 해당하는 비행을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탐지기는 시판되는 민간 제품이어서 “100% 놓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호위함은 정박 중에도 승무원이 24시간 상주하고 있고, 주변도 사람들이 왕래가 많은 지역인데 목격자가 없다는 점도 가짜설의 근거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방위성 내엔 “해수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영상에 찍힌 사람이나 차량의 수가 너무 적다”면서 동영상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가 하면, “함교 유리의 반사광이나 멀리 고속도로 차량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며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도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진위 여부를 떠나 방위성과 자위대에 여러 가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 영상 게시자의 목적이 일본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면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가짜든 진짜든 24시간 드론 감시를 해야 하느냐 필요성 등을 놓고 검증해야 하는 부담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최진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