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해 '맹견' 표현? 개 혐오증"…재난문자 오발송에 분노한 수의사

입력
2024.05.09 10:57
수정
2024.05.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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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 3마리 탈출인데 "맹견 70마리"
"사회에 만연한 개 공포증 발현" 지적

대전 동구청이 8일 발송한 맹견 탈출 안전문자 캡처.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전 동구청이 8일 발송한 맹견 탈출 안전문자 캡처.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전 동구청의 '맹견 70마리 탈출' 재난문자 오발송이 개에 대한 혐오를 반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 반려동물 훈련사이자 수의사인 설채현씨는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은 날 오전 대전 동구청 맹견 탈출 재난문자 오발송과 관련, "정말 화가 난다. 이게 해프닝이냐"고 분노했다.

설씨는 "재난문자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창구인데 제보자가 70마리라고 거짓말한 건 이해하겠다"며 "그런데 담당자가 임의적으로 맹견이라고 쓸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 진도 3 지진이 나도 주민 안전을 위해 10이라고 하고, 기상청에서 가랑비 내릴 것 같아도 태풍 온다고 하면 되겠다"고 비꼬며 "저는 이거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잘못 만연해 있는 개 공포증과 혐오증이 그대로 나온 것이라 본다"며 "도대체 이런 분위기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전 동구청은 소방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전달받고 8일 오전 10시쯤 재난문자를 통해 "금일 9:44 삼괴동 일원 개농장에서 맹견 70여 마리 탈출. 주민들은 해당 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해 달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형견 3마리가 농가를 벗어났다가 주인 손에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일부 농작물 피해만 생겼다. 당초 개들은 '개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은 유기견을 돌보는 일반 농가였다.

이후 동구청은 같은 날 오전 10시 24분쯤 상황 종료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보내며 "소방에 접수된 신고는 허위로 확인됐고 잘못된 내용이 전파돼 실수가 생겼다. 재난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안전 당부를 위해 '맹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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