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감시망에 딱 걸린 마약... 필로폰 4년 연속 전국서 검출

입력
2024.05.29 15:30
수정
2024.05.29 15:3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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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하수 분석해 '마약 지도' 작성
필로폰 사용 추정량 인천-경기-경남 순
코카인은 서울-세종-대구 순 검출

마약류 투약자 소변을 비롯해 온갖 생활하수가 집결되는 하수처리장. 게티이미지뱅크

마약류 투약자 소변을 비롯해 온갖 생활하수가 집결되는 하수처리장. 게티이미지뱅크

생활하수에 녹아든 마약류를 분석한 최근 4년 동안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조사 대상 하수처리장 전체에서 매년 검출됐다. 서울에서 주로 확인된 코카인은 지난해 세종 하수처리장에도 처음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실시한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 4년 치 조사 결과를 정리해 29일 공개했다. 하수역학은 분기별로 채집한 하수 속 잔류 마약류 종류와 양을 분석한 뒤 하수 유량과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따져 '1,000명당 하루 평균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것이다. 부산대 환경공학과가 연구용역을 주관하고 있다.

17개 시도별로 1개 이상 선정한 전국 하수처리장 중 4년 연속 조사 대상에 포함된 34개에서는 한 곳도 빠짐없이 4년간 필로폰이 검출됐다. 시도별 4년 평균 사용 추정량은 인천이 49.22㎎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27.92㎎) 경남(26.83㎎) 부산(24.75㎎) 순이다. 다만 2020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사용 추정량은 인천(52.76㎎→44.41㎎), 경기(36.59㎎→17.09㎎)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달리 코카인은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이 2020년 0.37㎎에서 지난해 1.43㎎으로 늘었다. 시도별 4년 평균 코카인 사용 추정량은 서울이 4.58㎎으로 가장 많고, 지난해 처음 확인된 세종(3.87㎎)과 2021년 다량이 검출된 대구(2.24㎎)가 뒤를 따랐다.

4년 연속 필로폰 검출 하수처리장 34개(왼쪽)와 처리장별 검출된 마약류. 식품의약품안전처

4년 연속 필로폰 검출 하수처리장 34개(왼쪽)와 처리장별 검출된 마약류. 식품의약품안전처

34개 하수처리장별 4년 평균 사용 추정량은 필로폰의 경우 경기 시화(124.31㎎)와 인천 남항(67.84㎎),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41.28㎎)와 광주 광주제1(29.43㎎), MDMA(엑스터시)는 경기 시화(17.03㎎)와 목포(5.21㎎), 코카인은 서울 난지(10.11㎎ )와 세종(3.87㎎)에서 높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대해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원장은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사범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식약처는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임시마약류 등으로 지정하고, 신종 마약류 탐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수역학 기반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관세청, 경찰청 등과 협업해 해외 마약류 유입 차단 및 국내 유통 근절에 힘쓰고 마약류 예방부터 중독자 재활까지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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