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어렵다”더니 법인카드로 골드바 구입한 카라, 왜?

입력
2024.06.04 16:31

4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카라지회 등 5개 단체가 개최한 전진경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2018년 카라를 퇴사한 배현주 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4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카라지회 등 5개 단체가 개최한 전진경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2018년 카라를 퇴사한 배현주 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가 대표 명의 법인카드로 수백만원 상당의 금을 두 차례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활동가 기본급 인상 요구에 ‘시민 후원금’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내세우던 카라 사측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사측은 ‘이유가 분명하고 내부 논의도 거쳤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4일 민주노총 카라지회(카라노조)는 “지난해 12월 전진경 대표 명의의 카라 법인카드를 통해 골드바 10돈이 385만원에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라노조는 지난해 12월 거래내역 이외에도 올해 3월에도 같은 법인카드로 한국금거래소에서 437만원 상당의 거래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822만원 상당의 금을 카라 법인카드로 구매한 겁니다.

카라노조를 비롯한 5개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가진 전진경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며 “동물보호 시민단체에서 어떤 목적으로 800만원이 넘은 금 거래가 이뤄지는 것인지 전진경 대표는 구매 목적과 금의 소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카라 전진경 대표는 “카라노조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골드바는 필요에 따라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 구매했고, 자세한 내용은 오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석이 엇갈리지만, 카라 법인카드로 금 거래가 있었던 사실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현재 노사 갈등과 맞물려 이번 폭로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카라 사측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 측의 기본급 약 22%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전 대표는 “노조가 내놓은 임금 협상안에 대해 후원금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사회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김정빈 카라 이사(수퍼빈 대표) 역시 “지금 당장 20% 이상의 임금 인상과 여러 조건들은 카라에게 충격이 더 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4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전진경 카라 대표 사퇴 요구 기자회견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를 걱정하는 시민모임과 공동대책위원회' 우희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4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전진경 카라 대표 사퇴 요구 기자회견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를 걱정하는 시민모임과 공동대책위원회' 우희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활동가의 기본급 인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목적이 불분명한 수백만원의 사치품 지출을 하는 게 공정한 후원금 집행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희종 '동물권행동 카라를 걱정하는 시민모임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단체에서 골드바를 구매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구매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후원자들 앞에 정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현재 카라노조와 사측은 협의를 거쳐 임금 인상률을 6%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라노조 관계자는 “6% 인상률도 사측 제안에 따라 합의한 것”이라며 “실제 임금 인상 총액은 약 600~700만원 수준일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라노조 관계자는 “상당 금액의 후원금이 쓰이는데, 내부 논의 절차 없이 대표 임의로 결제가 진행된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대표 1인이 모든 의사결정권을 쥐고 시스템 없이 운영하는 카라의 문제를 보여준 단면”이라고 전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선민 변호사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확인된다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전 대표는 골드바 구매에 대해 분명히 카라 내부 논의를 거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도 지출 당시에 다 알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카라노조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그 골드바를 사용해서 횡령했다면 내가 책임지면 될 일이고, 그게 아니면 카라노조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공익단체의 이미지 문제가 있다”며 “투명하게 운영되는 회계에 대해 카더라식 문제 제기는 시민단체를 말살하려는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주 제기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추가 증언도 있었습니다. 카라 전 직원이자 2018년 당시 동물학대 문제 사실을 제기한 배현주 씨는 이날 회견장에서 “전진경 당시 상임이사에게 ‘문제의 A국장이 맨주먹으로 동물들의 얼굴을 때리고 축구공을 차듯 발로 차는 걸 알고 있느냐’며 문제 제기를 한 적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카라 사측은 2018년 A국장이 징계 받은 뒤로 지난달 27일 이전까지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라노조 고현선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4월 25일 12차 교섭 당시 이 문제를 거론했고, 5월 23일 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 당시에 한 차례 더 거론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제기되는 문제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라 사측과 노조의 대립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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