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운전대 안 잡아요"... 횡단보도 덮쳐 3명 숨지게 한 80대

입력
2024.06.20 14:44
수정
2024.06.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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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과속·신호위반 사망 사고
1심서 금고 1년6개월… 검찰 5년 구형
80세 이상 운전자 사고, 지난해 3,308건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6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가 행인 3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6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가 행인 3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신호위반 과속 운전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3명을 치어 숨지게 한 80대 운전자에게 검찰이 2심에서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달리 교도소 내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다.

춘천지법 형사 1부(부장 심현근) 심리로 19일 열린 A(83)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금고 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과속 신호위반으로 무고한 피해자 3명이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다"며 "피해자 3명 중 1명의 유가족과 합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이 고령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어 재범 우려가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역시 "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남은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6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를 주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60~70대 여성 3명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인근 교회에서 새벽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6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3명이 신호 위반한 차에 치여 숨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6시 46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3명이 신호 위반한 차에 치여 숨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적색 신호였음에도 신호를 위반해 그대로 주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들을 들이받았다. 당시 A씨 차량의 속도는 시속 97㎞로, 제한속도 60㎞에서 37㎞나 초과했다.

검찰은 1심에서도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 3명 중 2명의 유족과 합의한 점,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매해 증가해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3만9,614건으로 늘었다. 80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도 같은 기간 2,351건에서 3,308건으로 증가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10만~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2.4%에 불과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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