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12년 만에 '자유의 몸' 됐다... 미국 정부와 '유죄 인정' 합의

입력
2024.06.25 17:30
24면
구독

미 법무부와 플리바게닝... 영국 교도소 출소
"유죄 인정→형기 5년 채웠다고 인정" 합의
아프간 전쟁범죄 등 기밀 폭로... 간첩죄 기소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인 2019년 4월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 시민이 어산지 사진을 담은 피켓을 들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인 2019년 4월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 시민이 어산지 사진을 담은 피켓을 들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미국의 군사기밀을 무더기 폭로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3)가 12년에 걸친 망명·수감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미국 정부와 맺은 '유죄 인정 시 석방' 합의의 결과다.

미 법원서 '징역 62개월 선고' 후 고국 호주 향할 듯

24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오전 영국 런던 고등법원의 보석 허가에 따라 벨마시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위키리크스는 성명을 통해 "어산지는 자유다. 그는 교도소에서 1,901일을 보내고 24일 아침 출소했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을 떠났다.

어산지의 석방은 미국 법무부와의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협상) 성사로 가능했다. 어산지가 방첩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미 정부는 그의 압송을 포기하고 고국인 호주로 향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어산지는 26일 사이판섬(미국령 마리아나 제도)의 미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법원은 미 법무부가 내건 조건대로 그에게 징역 62개월(5년 2개월)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을 그의 형량으로 정하고, 형기를 이미 마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추악한 민낯 폭로... 영국서 망명 생활

어산지는 국가 기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 간 우선순위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그는 2010, 2011년 미 육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 일병이 빼낸 미군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게시했다. 해당 문건들에는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미군의 전쟁범죄 △관타나모수용소 내 인권 침해 등 미국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위키리스크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연합뉴스

위키리스크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연합뉴스

매닝 일병에게는 징역 35년형(2017년 징역 7년 감형 후 석방)이 선고됐고, 어산지는 2012년 주영국 에콰도르대사관으로 도피했다. 미국은 2018년과 2019년, 그를 해킹·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해 최대 175년 징역형 선고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7년간 망명 생활을 하던 어산지에게 본격적 위기는 2019년 4월 찾아왔다. 에콰도르 정부의 망명 허가 취소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고,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구가 거세진 것이다. 다만 "미국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고, 사형은 집행하지 않는다고 확약하지 않는 한 어산지를 보낼 수 없다"는 영국 사법부 판결로 지금까지 수감 생활은 영국에서만 했다. 호주 의회가 그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승인, 미·호주 간 외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죄 인정'으로 언론 자유 논쟁 불씨 남아

어산지는 자유를 얻었으나, 유죄를 시인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논쟁의 불씨는 남게 됐다. 세스 스턴 미국 언론자유재단 옹호 이사는 성명을 내고 "정부 기밀 입수·공개 행위를 범죄로 본 이 사건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유죄 인정을 받아내려 했다는 점이 놀랍다"며 "그것은 탐사보도에서 기자들이 매일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위용성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