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현장 경찰이 몰래 녹음... 대법원 "증거능력 인정"

입력
2024.06.26 11:09
수정
2024.06.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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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행 도중 녹음, 위법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이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해 손님으로 위장한 뒤, 범죄 현장을 몰래 녹음하고 촬영한 경우 이것을 범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매매 알선 행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30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던 중 2018년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관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적발됐다. 단속 경찰관은 종업원과 A씨 등이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했고, 증거를 확보한 뒤 단속 사실을 알리고 업소 내부 피임용품 등을 촬영했다. 검찰은 이 녹음 파일과 사진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하며 기소했다.

이 자료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상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이다. 1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종업원 등의 기본권을 침해해 몰래 녹음했고, 영장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등 증거 수집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위법 수집 증거의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녹음 파일에 대해 "영장 없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조건으로는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범행 현장에서 관련자와 수사기관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등을 제시했다.

사진 역시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혐의 사실과 관련한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형사소송법상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종업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작성한 진술서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신문 전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하는데, 2심은 종업원이 피의자로도 취급받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성매매 범죄의 경우 미수범은 처벌받지 않아 종업원은 참고인이라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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