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누명 사과 없어" "우리 애도 당해" 동탄경찰서 '강압수사' 논란 후폭풍

입력
2024.07.01 16:51
수정
2024.07.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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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누명 남성 "사과 못 받아"
여청과 지목 민원 글 쇄도 "나도 겪어"
경찰 "대면 사과 예정… 글 모니터링"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20대 남성이 아파트 헬스장 옆 화장실을 이용한 뒤 성범죄자로 의심받은 사건을 수사했던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강압수사 논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 남성은 신고자가 허위신고였다고 자백해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으나, 누명을 쓴 것이 밝혀진 후에도 동탄서 측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억울하게 조사를 받았다는 다른 사람의 주장도 나왔다.

누명 쓴 남성 "잠도 못 자고 정신과 진료"

성범죄자 누명을 썼던 A씨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억울한 남자' 캡처

성범죄자 누명을 썼던 A씨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억울한 남자' 캡처

경찰에 입건됐다가 무혐의 처분받은 A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억울한 남자'에 '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없어서 밥도 거의 못 먹었다. 심장이 조이면서 숨도 막혀와 미칠 것 같았다"며 "참다못해 오늘 정신과 진료를 받고 왔는데 경찰에게 (무혐의) 문자를 받는 순간 정말 해방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A씨는 "뉴스에는 사과했다고 나오는데 문자만 받고 아무런 사과도 못 받았다"며 "기쁜 와중에 기분이 안 좋다. 수사에 잘못된 점이 있었으면 사과하겠다는 공문이 올라온 걸로 아는데 별말이 없다"고 털어놨다.

"아들 성추행범으로 몰고 가" "스토리 각색해 취조"

C씨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화성동탄경찰서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C씨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화성동탄경찰서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동탄서 홈페이지에는 여성청소년과(여청과)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는데, 가족이 해당 과에서 수사를 받다가 누명을 쓸 뻔했다는 폭로 글도 올라왔다. 지난달 28일 '작년 우리 자녀도 똑같은 일을 여청계(여청과)에서 당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작성자 B씨는 "공공장소에서 신체 부위를 노출했다는 미상의 할머니의 신고로 군에서 갓 제대한 저희 아들을 성추행범으로 몰고갔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고사하고 조사 과정 중 증거도 없이 허위 자백할 때까지 유도심문과 동료 수사관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 등을 (하지 않았냐)"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어린 친구들을, 앞날이 창창한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고 싶냐"며 "신고 하나에 의존해 증거도 없이 없는 죄를 자백하라고 하는 건 모해위증에 가까운 범죄"라고 꼬집었다. 이어 "범죄를 단정짓고 범인으로 몰고가는 당신들이 그런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라"라고 덧붙였다.

C씨도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난해 2월 여청과에서 억울하게 수사를 받았다며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제가 신고자를) 뒤에서 째려봤다고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신고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찰에서 별거 아니라고, 조사가 아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경찰서로 갔는데, 미리 정교하게 준비돼 있던 취조였다. 묻고 따지고 할 정신이 없게 된다"며 "엘리베이터 타고 주민센터에 간 게 전부인데 그걸 스토리를 각색해 제가 마치 마약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것 마냥 스토리가 뻥튀기됐다"고 주장했다.

경찰 "사과 계획… 다른 민원도 모니터링"

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 글. 화성동탄서 홈페이지 캡처

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 글. 화성동탄서 홈페이지 캡처

경찰은 A씨가 무고 혐의 피해자로 경찰에 출석할 때 따로 사과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또 누명을 쓸 뻔했다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동탄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A씨에게 오늘이라도 직원들이 대면 사과를 하려 했으나 변호인과 조율한 결과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할 때 찾아뵙기로 했다"며 "(다른 민원 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 팀에 과거 관행처럼 해서는 안 되고, 선입견을 갖지 않고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출석을 요구하고 피의자로 단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직무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이번에 문제가 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감찰에 상응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헬스장 옆 화장실 갔다가 성범죄자로 몰려

앞서 A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헬스장 옆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내몰렸다. 당시 한 50대 여성은 "한 남성이 용변을 보는 자기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는 내용으로 신고했는데, 이 여성은 경찰 조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며, 20대 남성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A씨는 유튜브 등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이 A씨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응대하고,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7일 신고자가 경찰서를 찾아가 "허위신고 했다"고 자백하면서 누명을 벗었다. 신고자는 "다량의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없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50대 여성을 무고 혐의로 입건하고, A씨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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