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없다” vs “필요하다”…KB바둑리그 원년 ‘용병제’, 엇갈린 시선

입력
2024.07.02 04:30
23면

전년대비 바둑TV 시청률 하락세 뚜렷
저하된 경기력과 저조한 ‘빅매치’ 원인 지목
생소한 대국 환경 등에 적응 시간 필요 의견
중장기적 관점에서 용병제 유지 목소리도

2023~2024 KB바둑리그’에 참가한 8개팀 소속 관계자 등이 지난해 12월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023~2024 KB바둑리그’에 참가한 8개팀 소속 관계자 등이 지난해 12월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프로스포츠에서 팬들의 인기는 젖줄이다. 팬심(Fan心)이 결여된 종목의 롱런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프로바둑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폐막한 ‘2023~24 KB바둑리그’가 용병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깜짝 이벤트에 나선 이유 또한 이런 기류와 일맥상통한다. 색다른 볼거리 제공 등으로 바둑의 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용병제 원년으로 새겨진 올해 KB리그는 막을 내렸지만 이에 대한 평가에선 다소 엇갈린 모습이다.

1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올해 총 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올해 KB리그 정규시즌(242국)에 기용된 용병 5명의 성적은 17승9패로 마감됐다. 수려한합천과, 정관장천녹, 킥스는 팀내 사정상 제외시켰던 용병을 원익 및 울산 고려아연, 한국물가정보, 마한의 심장 영암, 바둑메카 의정부에선 영입했다.

KB리그 개막 직전부터 용병제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첫 선을 보인 데다, 수혈된 용병의 이름값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지난해 6월, 신생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24) 9단에게 역전승으로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구쯔하오(26, 원익) 9단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바둑 개인전에서 박정환(31) 9단과 신진서 9단에 이어 중국 커제(27) 9단까지 잇따라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쥔 대만의 쉬하오홍(23, 마한의 심장 영암) 9단이 눈에 들어왔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역시 세계 메이저 기전인 LG배 기왕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당이페이(29, 한국물가정보) 9단에, 2011년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 소년부에서 우승한 랴오위안허(24, 울산 고려아연) 9단, 지난해 말 자국내 대기사전 타이틀을 차지한 앙카이원(27, 바둑메카 의정부) 9단 역시 강자로 분류됐다.

용병들의 기대 이하 KB리그 성적표에 부정적 시각 대두

지난 3월9일 벌어졌던 ‘2023~24 KB바둑리그’에 원익팀 소속의 중국 용병으로 나선 구쯔하오(오른쪽) 9단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울산 고려아연팀의 이창석 9단에게 패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구쯔하오(원익) 9단은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 9단과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한화 약 3억4,000만 원) 결승전(8월19일)을 앞두고 있다. 바둑TV 캡처

지난 3월9일 벌어졌던 ‘2023~24 KB바둑리그’에 원익팀 소속의 중국 용병으로 나선 구쯔하오(오른쪽) 9단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울산 고려아연팀의 이창석 9단에게 패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구쯔하오(원익) 9단은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 9단과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한화 약 3억4,000만 원) 결승전(8월19일)을 앞두고 있다. 바둑TV 캡처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은 용병 성적표에서부터 불거졌다. 예상보다 적었던 출전 대국 속에 17승9패(승률 65.4%)로 마감된 이번 KB리그 정규시즌 용병 성적을 살펴보면 랴오위안허(6승무패) 9단을 제외한 구쯔하오(2승1패) 9단이나 당이페이(3승3패) 9단과 앙카이원(4승3패) 9단, 쉬하오홍(2승2패) 9단은 모두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당이페이 9단만이 3승1패로 체면치레했고 구쯔하오 9단은 1승2패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주목됐던 용병과 1지명 주장간 빅매치에 인색했다. 당이페이 9단만이 4차례 맞대결에 나섰을 뿐, 구쯔하오 9단과 앙카이원 9단은 각각 2차례, 랴오위안허 9단 및 쉬하오홍 9단도 1차례씩에 그쳤다. 흥행 또한 실패했다. 바둑TV에서 0.132%로 집계됐던 지난해 KB리그’ 시청률은 올해엔 전년대비 22.7% 감소한 0.102%까지 떨어졌다.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상당한 비용(항공료, 숙박료 등)을 지불하고 토종 선수들의 출전 기회까지 무산시키면서 나온 용병들의 올해 성적표가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며 “용병 운영의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B리그 매년 합류시, 대국 환경에 적응…용병과 국내 선수 1지명 의무전도 방법

‘2023~24 KB바둑리그’ 정규시즌에서 2위를 기록한 울산 고려아연은 지난 5월17일 열렸던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중국 용병의 불참 속에서도 정규시즌 1위에 올랐던 원익을 꺾고 최종 우승컵까지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2023~24 KB바둑리그’ 정규시즌에서 2위를 기록한 울산 고려아연은 지난 5월17일 열렸던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중국 용병의 불참 속에서도 정규시즌 1위에 올랐던 원익을 꺾고 최종 우승컵까지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반면, 용병제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용병들의 KB리그 합류가 매년 거듭되면서 자국과 다른 대국환경(예: 늦은 저녁 시간 대국 및 제한시간 등)에 익숙해질 경우, 성적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란 의견이다. 용병과 국내 1지명 선수간 인색했던 빅매치 성사도 대국 규정 수정으로 가능하고 이에 따른 TV 시청률 상승 가능성도 다분하단 판단이다. TV 시청률 하락을 만회를 위한 대안으로 유튜브 채널 활성화도 유용할 것이란 아이디어 역시 제기되고 있다. 관련 규정상, 현재 2주 이상 소요되는 비자 발급 문제만 제외하면 자국 대회와 KB리그 중복시, 자국 경기 우선에 방점을 둔 중국바둑협회 방침도 설득의 여지는 충분하단 관측이다. 결국, 용병제 도입과 함께 튕겨진 부정적인 변수들은 긍정적인 기회 요인으로 탈바꿈시키면서 K바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단 진단이다. 올해 KB리그팀을 맡았던 한 감독은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게 될 KB리그 용병들의 활약상은 결과적으로 K바둑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바둑팬들을 위해서라도 KB리그 용병제는 계속해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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